
2010년 2월 27일 시작한 지리산만인보는 2011년 2월 27일, 일년의 발걸음을 마칩니다.
만인보 첫걸음하는 27일 화엄사에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지리산생명연대는 2010년을 시작하는 정기총회를 마치고 합류했습니다. 생명연대로 신청하신 스무여 분들도 화엄사 어딘가에서 함께 하셨겠지요? 또 아마도,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이 지리산을 향했을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를, 민중을, 뭇생명을 보듬었던 지리산에 대한 홍영기교수님의 강의로 만인보를 열었습니다. 산사의 뜨끈한 방에서 내일 길 떠날 때 날이 궂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뒤로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28일, 단순소박한 삶을 꿈꾸며 모인 이들이 만인보 몸자보를 하고, 하나 둘 만나 남악사에서 제를 올립니다. 고요한 아침에 어울리는 절제된 의식을 보며 지난 해 3월, 중악단에서 봄을 맞으며 다시 길을 떠났던 오체투지단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첫걸음과 마음도, 오체투지의 그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꼬꼬마에서부터 호호할머니까지 지리산과 마주하는 마음으로 첫 발을 떼었습니다. 산수유가 꽃망울을 틔웠고, 개나리가 입을 열었습니다. 마을길, 골목길, 논길, 소나무숲길을 따라 가는 이 길은 화엄사에서 그 옛날 넘어다녔던 고갯길이라고 합니다.
얼음 녹은 물이 흘러가는 작은 개울 마산천, 서시천을 맨발로 건넜습니다. 차가운 물에 발이 화들짝 놀랐지만, 왠지 봄내음이 느껴집니다. 케이블카, 댐과 도로 건설의 위협 속에서 지리산도 봄같은 소식을 기다릴 것만 같습니다.
170여명의 만인보 순례단을 맞이해 준 상사마을. 사람만나 즐거운 마을 어르신들, 정을 만나 행복한 만인보 사람들! 봄날같은 어르신들과 함께 정월대보름 점심을 함께 하고, 노래자랑마당도 잠시 열었습니다.
다시 길을 나서니 섬진강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섬진강이 저렇게 흘러가듯, 북쪽 지리산 자락의 엄천강도 댐으로 막히지 않고 지금처럼 흘러흘러가며 들녘을 적실 수 있었으면, 그럴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 다짐해봅니다.
만인보 첫날은 섬진강을 따라 가다가 죽연마을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로 마무리했습니다. 생명연대 식구들은 각자의 마을로 돌아와 궂은 일도 하고, 대보름 달집태우기도 마을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휘엉청 보름달을 보며 소원 빈 자리는 각자 달랐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바라고, 소박하게, 단순하게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을 것입니다.
지리산을 둘레도는, 그리하여 옳은 길을 찾고, 사람들을 만나고 지리산과 하나되는 만인보의 발걸음은 계속됩니다.
* 만인보 첫날 걸은 길 :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 - 남부사무소 - 황전마을 - 마산천 - 논길 - 습지 - 상사마을 - 당몰샘 - 둑길 - 서시천 - 문척교 -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연마을
* 만인보 두번째 걷기는 3월 13일 토요일로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서 난동마을을 지나 고향을 지키며 골프장 반대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산동면 사포마을까지 이어집니다.
* 자세한 일정 등 내용 : slowjirisan.net